SETI신호를 구별하는 방법
우주는 끊임없이 다양한 주파수의 전자기파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인공위성, 별의 자기 활동, 블랙홀, 심지어 지구 자체에서 발생하는 전파까지 수많은 신호가 망원경에 포착됩니다. 이 광대한 데이터 속에서 SETI(외계지적생명탐사) 연구자들이 진짜 외계 문명의 신호를 찾는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일에 비유되곤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SETI는 우주 신호 속에서 어떻게 잡음과 인공 신호를 구별해 내는 걸까요? 우선, 신호 분석의 가장 기초적인 출발점은 ‘비자연적 패턴’을 찾는 것입니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우주 전파는 대개 넓은 주파수 대역을 차지하고 무작위적이지만, 지적 생명체가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 신호는 상대적으로 좁은 주파수 대역에 집중되며, 반복적인 주기나 구조적인 패턴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특정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전파나, 천체의 공전이나 자전에 동기화된 신호 주파수 등이 분석 대상이 됩니다. 이를 위해 SETI 연구자들은 푸리에 변환(Fourier Transform), 주파수-시간 분석 스펙트로그램, 비선형 패턴 필터링 등의 수학적 기법을 활용합니다. 또한 이러한 분석은 수많은 거대 전파망원경이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최근에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도입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은 인간이 놓치기 쉬운 미세한 신호의 변화를 인식하거나, 일시적인 신호를 빠르게 분류하여 후속 분석 대상으로 추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SETI@Home 같은 프로젝트는 수백만 명의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컴퓨터를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도록 하는 ‘분산 컴퓨팅’을 활용해 왔으며, 최근에는 딥러닝 모델을 훈련시켜 우주 잡음과 실제 후보 신호를 자동 분류하는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구글의 딥마인드와 유사한 형태의 신경망 기반 신호 필터링 기술이 SETI 데이터 분석에 도입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우주 신호 분석의 자동화와 정확도를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중요한 것은, SETI가 단지 ‘신호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신호가 반복 가능한지, 위치가 고정되어 있는지, 인공적 궤적을 보이는지 등 다단계의 검증 절차를 거친다는 점입니다. 일회성으로 나타났던 신호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후속 관측에서 재현성이 확인된 신호만이 진지하게 연구됩니다. 이처럼 SETI의 신호 판별은 과학적 엄밀성과 기술적 정밀성에 기반하고 있으며, 과장 없이 ‘지적 생명체가 보낸 증거’라 불릴 수 있으려면 수많은 검증을 통과해야만 합니다. 결국, 우주는 말 그대로 정보의 바다이며, SETI의 역할은 그 바닷속에서 인공적인 지성의 흔적을 찾아내는 정밀한 항해자에 가깝습니다. 인공지능과 고해상도 분석 기술의 진화가 이 항해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으며, 우리가 언젠가 우주에서 온 진짜 메시지를 해독하게 될 그날을 현실로 만들고 있습니다.
WOW! 신호 이후, 가장 유력한 탐지 사례들은 무엇이었나?
1977년 8월 15일,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의 ‘빅이어(Big Ear)’ 전파망원경은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전파 신호를 포착합니다. 분석 중이던 천문학자 제리 에흐만은 수신된 전파 신호가 너무 뚜렷하고 강력해 ‘Wow!’라고 주석을 달았고, 이 기록은 이후 ‘WOW 신호’라는 이름으로 SETI(외계지적생명탐사)의 상징처럼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WOW 신호는 단 한 번, 단 72초 동안만 감지되었고, 이후 같은 방향에서 동일한 신호는 다시 수신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 과학계에 ‘우주는 침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충격을 안겨주었고, 이후 수십 년간 SETI 탐지 사례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WOW 신호 이후 SETI는 꾸준히 여러 유력 후보를 탐지했으나, 대부분은 최종적으로 인공위성 간섭, 지구발 전파, 자연적 우주 현상으로 판명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일부는 여전히 완전한 자연적 설명이 어려운 사례로 남아 있으며, SETI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1997년의 11H03 신호입니다. 이 신호는 캘리포니아 하트 크릭 망원경에서 포착되었으며, 처음에는 협대역 신호로 식별되어 SETI의 즉각적인 재관측 요청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미국 해군의 레이더 실험 신호로 밝혀져 ‘허위 경보(false positive)’였음이 판명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SETI가 외계 신호를 오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후 탐지 및 검증 절차가 한층 정밀해지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2015년, 러시아의 RATAN-600 전파망원경이 HD 164595 항성계 방향에서 강력한 신호를 포착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 신호는 외계 문명의 가능성을 언급할 정도로 일시적으로 높은 주목을 받았지만, 곧 위성 통신의 산란 가능성으로 설명되며 과학계에서는 공식적으로 제외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과학적 오류가 아닌 ‘과잉 해석’과 언론의 확대 재생산이 빚은 오해였다는 점에서, SETI 커뮤니케이션의 투명성 문제가 함께 제기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AI 기반 SETI 프로젝트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2023년, UC 버클리 SETI 연구팀은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과거 데이터셋을 재분석했고, 기존 탐색 방식으로는 걸러졌던 8개의 새로운 협대역 신호 후보를 발견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이 신호들 역시 현재까지는 완전히 인공적인 잡음인지 외계 기원의 신호인지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기존 분석 방식보다 AI가 미세한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데 훨씬 민감하다는 점을 입증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렇듯 WOW 신호는 시작점에 불과했으며, 이후의 SETI 활동은 기술의 진화와 함께 더욱 정밀해지고 있습니다. 반복성, 위치 고정성, 협대역 구조 등 다양한 조건을 종합적으로 만족시키는 신호를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도 유의미한 패턴을 발견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인류는 아직 결정적인 외계 지적 생명의 신호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례적이고 설명되지 않는 신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가능성이 결코 제로가 아님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시대의 SETI 신호 분석에 머신러닝이 필요한 이유
우주는 상상을 초월하는 양의 전파, 중력파, 입자 흐름으로 가득한 거대한 데이터 장입니다. 이 가운데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냈을지도 모를 희박한 신호를 포착하려는 시도는 SETI(외계지적생명탐사)의 핵심이지만, 현대에 들어 단순한 분석 기법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보 과잉 시대에 접어든 SETI 연구에서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의 역할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탐사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SETI 프로젝트는 주로 전파망원경을 통해 얻은 수십억 개의 신호 패턴을 분석합니다. 이들 대부분은 백색 잡음, 인공위성 간섭, 우주선 또는 지상 발신 장비에서 기인한 신호들입니다. 문제는, 외계 문명의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신호는 매우 희귀하게 나타나며, 그 패턴이 사람의 눈이나 고전적인 알고리즘으로는 인식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는 점입니다. 이때 머신러닝이 인간의 분석력을 보완하고 강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UC 버클리의 Breakthrough Listen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천문 데이터를 딥러닝 모델로 재처리해 기존 필터링 방식으로는 감지할 수 없었던 협대역 비선형 패턴의 전파 신호를 발견했습니다. 머신러닝은 훈련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호의 이상 여부를 학습하며, 정형화된 패턴뿐 아니라 불규칙적이고 미세한 차이까지 감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인공지능 기반 분석을 통해 기존에 간과되었던 8개의 유력한 후보 신호가 다시 주목받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AI는 단순히 탐지를 자동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주 신호에 포함된 잠재적 정보 구조를 해석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특정 신호가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된다면, 이를 자연 현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통신의 구조로 볼 것인지는 AI의 패턴 분석 능력을 통해 보다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는 SETI의 궁극적인 목표인 ‘지성의 흔적’ 탐색에서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또한, 머신러닝은 시간과 리소스의 효율성 면에서도 큰 혁신을 가져옵니다. 기존에는 하나의 유력 신호를 추적하고 검증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다면, 이제는 수시간 내에 수천 개의 신호를 자동 분석하고 우선순위까지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분산된 관측소와 협력 프로젝트 간의 데이터 공유와 피드백 속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모든 답을 제시해 주는 것은 아니며, 사람의 과학적 판단과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점입니다. AI는 수많은 잡음 속에서 잠재적인 외계 신호를 ‘후보’로 분류하는 데 탁월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의미 있는 지적 신호인지는 여전히 인간의 해석이 필요합니다. 즉, SETI는 이제 인간의 직관과 기계의 연산 능력이 협업하는 지적 탐험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머신러닝은 SETI가 탐사 대상을 선별하고, 데이터를 분류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우리가 외계 지성의 존재를 확인하는 그날, 최초의 신호를 포착한 존재는 어쩌면 사람의 눈이 아닌 인공지능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