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 상수의 딜레마
우주의 팽창 속도는 현대 우주론에서 가장 핵심적인 물리 상수 중 하나입니다. 이 속도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 바로 허블 상수(Hubble constant)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과학자들은 오늘날까지도 허블 상수를 정확히 단일 값으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측정 방법에 따라 다른 값이 나오기 때문인데, 이를 과학계에서는 ‘허블 텐션(Hubble tension)’이라 부릅니다. 전통적으로 허블 상수는 멀리 있는 은하들이 지구에서 얼마나 빠르게 멀어지는지를 측정함으로써 계산됩니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도구가 허블 우주망원경(HST)입니다. 이 망원경은 상대적으로 가까운 초신성이나 세페이드 변광성과 같은 ‘표준 촛불(standard candles)’을 활용해 은하까지의 거리를 측정하고, 그에 따른 후퇴 속도를 계산합니다. 이 방식으로 얻은 허블 상수는 약 73~74 km/s/Mpc 수준입니다. 반면, 플랑크 위성(Planck Satellite)은 우주의 아주 초기 상태, 즉 우주배경복사(CMB)를 기반으로 우주의 팽창 모델을 계산합니다. 이를 통해 얻어진 허블 상수는 약 67~68 km/s/Mpc입니다. 이 두 값은 통계적 오차를 고려해도 일치하지 않으며, 그 차이는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과학자들은 단순한 측정 오류를 넘어, 우주의 팽창 속도 자체에 대해 기존 이론을 재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 딜레마는 단지 수학적 차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만약 허블 상수가 시간에 따라 달라지거나, 암흑에너지의 성질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면, 현재의 우주론적 모델은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다섯 번째 힘(fifth force)이나, 암흑에너지가 시간이 지나면서 성질을 바꾸는 다이내믹 다크에너지(dynamic dark energy) 이론 등을 제안하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새로운 물리 이론의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2025년 6월 현재,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비롯한 차세대 관측 도구들이 추가적인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허블 텐션의 원인을 밝히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주의 팽창 속도에 대한 해답은 하나로 수렴하지 않았으며, 이는 현대 우주론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허블 상수를 둘러싼 이 논쟁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를 결정짓는 열쇠라는 점에서, 향후 수년간 천문학과 이론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관측·이론 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가? 초기 우주와 현재 우주의 팽창 비교
우주는 끊임없이 팽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팽창이 항상 일정한 속도로 유지되었을까요? 최근의 관측 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과학자들은 초기 우주의 팽창 속도와 현재의 팽창 속도를 비교하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속도에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하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초기 우주의 팽창 속도는 빅뱅 이후 38만 년 경 형성된 우주배경복사(CMB)를 통해 분석됩니다. 이 데이터는 137억 년 전의 우주를 바라보는 것이며, 플랑크 위성이 고해상도로 측정한 정보를 바탕으로 계산한 허블 상수는 약 67 km/s/Mpc입니다. 반면, 현재 가까운 은하들을 관측해 얻은 허블 상수는 73 이상으로 계산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우주의 팽창 속도가 시간이 흐르며 가속되었는가?”라는 핵심 질문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주요 증거 중 하나는 1a형 초신성(SN Ia) 관측 결과입니다. 초신성은 우주의 먼 거리까지 측정 가능한 '표준 촛불'로서 활용되며, 1998년 이 초신성을 통해 우주의 팽창이 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다수의 독립적인 연구에서 동일한 결론이 나오면서, ‘우주의 가속 팽창’ 개념은 현대 우주론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속 팽창의 원인으로는 주로 암흑에너지(Dark Energy)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암흑에너지는 전체 우주 에너지의 약 68%를 차지하는 미지의 성분으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팽창을 밀어붙이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특성을 가졌을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즉, 초기에는 거의 영향력이 없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어 우주의 팽창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바리온 음향 진동(BAO) 분석을 통해도 초기 우주의 팽창률과 현재의 팽창률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의 고정된 허블 상수를 가정한 모델에 문제를 제기하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는 지금 단순히 우주의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축을 따라 우주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팽창 속도의 변화는 우주의 나이, 구조 형성, 미래 운명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이며, 이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초기 우주와 현재 우주를 동시에 비교하는 다각도의 분석이 필수적입니다.
제임스 웹 망원경이 던진 질문: 우주 팽창 속도 이론, 다시 써야 할 때인가?
2022년 말 본격적인 과학 임무에 돌입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은, 인류가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는 데 있어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특히 2025년 기준 JWST의 초기 관측 결과들은 기존 우주론, 특히 우주의 팽창 속도에 대한 이론적 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일부 과학자들은 지금이야말로 우주 팽창 이론을 근본부터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 아니냐는 질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JWST는 이전 망원경보다 훨씬 먼 거리의 은하, 즉 더 초기 우주의 모습을 고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습니다. 놀라운 점은, 관측된 초기 은하들의 진화 속도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다는 것입니다. 몇몇 은하들은 우주가 생긴 지 3~4억 년밖에 되지 않았을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은하에 가까운 구조와 질량을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기존의 우주 팽창 모델—특히 은하 형성 속도와 밀도 진화 예측—과 상당히 어긋나는 결과입니다. 이처럼 초기 은하들이 너무 빨리 성장했다는 사실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해 온 방식보다 더 복잡하게 변화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단순히 암흑에너지의 영향이 아니라, 우주의 팽창률 자체가 초기부터 지금까지 비선형적으로 변했을 수 있다는 가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일부 연구자들은 암흑에너지가 시간에 따라 변화하거나,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새로운 물리 법칙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JWST의 정밀 스펙트럼 분석은 또한 적색 편이 계산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거리와 속도의 관계를 통해 허블 상수를 유추했다면, 이제는 보다 복합적인 우주 연대기와 별의 메탈 풍부도, 별 탄생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이론 천문학자의 관심을 넘어서, 우주의 나이, 구조 형성의 시작 시점, 미래 운명 예측 등 우주론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칩니다. 앞으로 더 많은 JWST 데이터를 통해 관측의 일관성이 확인된다면, 현재의 우주 팽창 모델은 커다란 수정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결국 제임스 웹 망원경은 단순한 관측 도구가 아니라, 우주의 팽창 속도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시키는 과학적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과학계는 지금, 우리가 우주를 바라보는 프레임 자체를 다시 쓰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