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밝혀낸 분자 서명
2021년 발사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 JWST)은 2025년 현재, 외계행성 대기 분석의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근적외선 분광기(NIRSpec)와 중적외선 기기(MIRI)를 통해, 수십에서 수백 광년 떨어진 외계행성의 대기를 분광학적으로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 기술을 통해, 외계행성 대기에 존재하는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일산화탄소 등 다양한 분자 서명(molecular signatures)을 감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성분을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외계 생명체 존재 가능성에 대한 실질적 단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2년 말, JWST는 가스형 외계행성 WASP-39b의 대기에서 이산화탄소의 존재를 처음으로 검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어 2024년에는 K2-18b라는 슈퍼지구형 외계행성의 대기에서 수증기, 메탄, 이산화탄소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스펙트럼을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조합은 생명 활동의 부산물일 가능성을 시사하며, 과학계에서는 이 데이터를 토대로 생체지표 가스 모델을 재정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제임스 웹의 성능이 특히 돋보이는 이유는, 기존 허블이나 스피처 망원경보다 훨씬 높은 분광 해상도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이 덕분에 파장 단위로 미세한 흡수 스펙트럼을 분석하고, 단지 성분 존재 여부를 넘어서 분자의 상대 농도까지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TRAPPIST-1 행성계의 일부 행성에서 수소 기반 대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이터도 확보되었는데, 이는 해당 행성들이 지구형에 가까운 암석형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정적 근거입니다. 이처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통한 외계행성 대기 분석은 단순한 성분 검출에 그치지 않습니다. 대기의 화학 조성은 그 행성이 태어난 행성계 원반의 환경을 반영하며, 더 나아가 해당 행성이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는지 여부까지 유추하게 합니다. 즉, 외계 대기의 분자 서명은 행성 형성과 진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주 생명체 탐사라는 인류 최대의 질문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열쇠인 셈입니다. 앞으로 수년간 제임스 웹 망원경은 더 많은 외계행성을 분석하고, 새로운 분자 조합을 발견할 것입니다. 과연 그 신호들 중 하나는 우리처럼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존재’가 살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그 해답은, 이제 우주를 향한 우리 눈의 해상도에 달렸습니다.
외계행성 대기 분석, 생체지표 가스의 신호 해석하기
외계행성 대기 분석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화학적 단서를 찾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천문학자들은 ‘생체지표 가스(biosignature gases)’에 주목합니다. 생체지표 가스란 생명 활동의 결과로 방출되는 가스를 의미하며, 지구에서는 산소(O₂), 오존(O₃), 메탄(CH₄), 이산화탄소(CO₂)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가스가 외계행성 대기에서 특정 조합으로 발견될 경우, 해당 행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소와 메탄이 동시에 대기 중에 존재한다면 이는 매우 특이한 조합입니다. 두 성분은 서로 반응하여 쉽게 사라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 두 가스가 대기 중에 함께 존재하려면 어떤 지속적인 공급원—즉 생명 활동—이 있어야 한다는 가정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론적 기반은 NASA, ESA, 그리고 다수의 연구기관들이 외계행성 대기 데이터를 해석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비롯한 최첨단 관측 장비 덕분에, 생체지표 가스 조합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속속 확보되고 있습니다. 2025년 현재, 슈퍼지구형 행성 K2-18b에서는 수증기와 함께 메탄 및 이산화탄소의 존재가 확인되었으며, 이는 생명체의 간접적인 증거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조합이 반드시 생명체의 결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며, 지질학적 또는 화학적 과정에 의한 결과일 수도 있다는 반론도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연구는 단일 가스보다는 여러 생체지표 가스의 ‘동시 존재’와 비율 분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생체지표 해석은 해당 행성의 온도, 자외선 강도, 궤도 조건, 대기 밀도 등 다양한 요소와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구와 비슷한 질량과 온도를 가진 행성이라고 해도, 대기 상층에 자외선이 과도하게 쏟아질 경우 생체지표 가스가 분해되어 실제로는 생명체가 존재하더라도 가스 흔적이 관측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가늠하는 생체지표 가스의 해석은 단순한 관측 이상의 복잡한 과학적 분석을 요구합니다. 연구자들은 컴퓨터 모델링, 실험실 시뮬레이션, 화학반응망 이론 등을 결합하여, 다양한 시나리오에서 특정 가스 조합이 어떤 조건에서 생명 활동의 결과일 수 있는지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결정적인 생명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생체지표 가스에 대한 이해가 축적됨에 따라, 언젠가는 ‘지구 밖 생명체 존재’라는 인류 최대의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
슈퍼지구 vs 가스행성: 대기 조성으로 본 분류기준
외계행성 대기 분석 탐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기존의 행성 분류 기준도 점차 새로운 기준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행성의 질량과 반지름만으로 지구형, 가스형, 빙상형으로 구분했지만, 최근에는 대기 조성이 외계행성 분류에서 중요한 지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특히 슈퍼지구(Super-Earth)와 소형 가스행성(Mini-Neptune)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대기의 화학적 구성과 구조가 그 차이를 설명하는 핵심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슈퍼지구는 일반적으로 지구보다 질량이 크고, 암석질 표면을 가졌다고 여겨지는 행성입니다. 반면 미니넵튠은 크기와 질량이 비슷하더라도 두꺼운 수소-헬륨 대기를 보유한 가스형 외계행성입니다. 문제는 두 유형이 관측 데이터상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반지름이 1.5~2.5배 사이인 행성들 중 일부는 암석질이지만, 일부는 얇은 가스층을 가진 전혀 다른 성질의 행성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배경에서, 외계행성의 대기 조성을 통한 새로운 분류법이 과학자들 사이에서 대두되고 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같은 고해상도 분광 장비를 통해 대기를 분석하면, 행성이 지닌 수소의 농도, 헬륨 비율, 이산화탄소나 수증기의 존재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24년부터 JWST가 관측한 TOI-700d와 GJ 1214 b 같은 행성들은, 반지름은 비슷하지만 대기 구조는 전혀 달랐습니다. TOI-700d는 지구형 대기 조성을 가진 반면, GJ 1214b는 짙은 수소 대기로 가득 차 있어, 지질활동이 있는 암석형 행성과는 전혀 다른 진화를 보여줍니다. 이처럼 대기 구성은 외계행성의 내부 구조와 형성과정까지 연결되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합니다. 대기가 얇거나 없는 경우는 암석질 표면 노출 가능성이 높아 생명체 거주 가능성과 연결되고, 반대로 두꺼운 수소 대기를 가진 행성은 고온 고압 환경이 형성되어 생명체 존재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즉, 대기 조성은 단순한 물리적 분류를 넘어, 생명 거주 가능성의 스펙트럼까지 고려할 수 있는 정교한 기준이 됩니다. 향후 외계행성 탐사는 단순한 수치 비교가 아닌, 대기 성분을 중심으로 한 분광 데이터 기반 분류 체계로 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우리가 우주에서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찾고, 생명체 탐색을 더욱 정교하게 수행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입니다. 슈퍼지구와 가스행성의 경계가 더 이상 흐릿하지 않도록, 과학은 이제 ‘공기’를 읽고 분류하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